마술 라디오 정혜윤 | 한겨레출판 | 20140519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처음 정혜윤 피디의 이름을 들어본 건, 한 인터넷 카페에서 누군가 나와 코드와 맞는 책 추천으로 ‘침대와 책’을 거론했을 때였다.
제목만으로도 뭔가 책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가 있겠다싶어 다음의 목록으로 저장해 두었었다. 그러다 이번에 우연한 기회에 ‘마술 라디오’를 만나게 되었다.
부푼 기대감으로 처음 대면했을 때 이 책의 첫인상은 노랑이었다. 책 표지부터 속지까지 노랑으로 물든, 개나리 피는 봄날을 연상시켰다.
그런데 긴 프롤로그보다 그녀의 말투에 조금 놀랐다.
소설이나 다른 수필집에서 접해보지 못한, 어쩜 인터넷 블로그에서 자주 접해 본 듯한 그런 반말 투였다. 이 책의 중간쯤 가서는 나도 모르게 그녀의 반말 투에 적응이 되어 아주 친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라디오 관련 일을 시작하면서 어떻게 사연들이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지 궁금해 했다. 그래서 손을 번쩍 들어 질문을 했다 덜떨어진 애 취급을 받기도 했단다.
그렇게 일을 시작한 그녀는 취재차 방문한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와 지인들의 목소리를 이 책에 담고 있다.
첫 장에 시작하는 어르신인 어부의 사랑 이야기는 참 애절했다. 군인과 여고생의 편지 주고받기로 시작된 인연이 중년이 되어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는 이야기였다. 근데 읽다가, 그렇게 애틋한 사랑을 하시는 어르신이 도대체 현재는 나이가 어떻게 되실까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아버지의 유품이 되어버린 티볼리 라디오 사연을 가진 남자 이야기는 참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들었던 그 라디오를 동거녀가 잠시 빌려간다며 나간 뒤, 그녀는 죽고 라디오의 행방은 묘연해졌다는 사연이었다.
그 남자의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가족 외에 유일하게 알게 된 한사람 이였다는데, 그녀는 왜 하필 라디오를 가져갔던 것일까.
술만 먹고 건강을 돌보지 않던 그 남자에게 뭔가 충고 같은 걸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신은 나에게 그녀 대신 혓바닥을 주셨다’에서 첫사랑을 잊지 못한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그녀를 잊기 위해 떠난 전주 여행에서 맛본 푸짐한 백반 때문에 인생의 모토가 달라졌다고 한다. ‘음식 없이 사랑도 없다’란 명언 속에 그는 사랑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가끔 특별요리를 해주며 산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나또한 나이들 수록 음식에 더 애착이 가는 것 같다. 원수 같은 신랑도 밥 먹을 땐 함께 먹어줘서 고맙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랑이야 한때지만 먹고 사는 건 영원한 일이니, 밥이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게 느껴지는 건 마찬가진가 보다.
책을 읽으면서 옆에서 계속 그녀가 수다를 떨고 있는 듯 한 느낌이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처음부터 그녀를 알고 지낸 사이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수다스러웠던 걸까, 한 주제를 놓고 펼치는 이야긴데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느낌도 없지 않아 들기도 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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