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서평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바라이로 2014. 3. 20. 23:04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장석주의 문장 예찬: 동서고금 명문장의 치명적 유혹에 빠지다

 

 

 인터파크 도서를 뒤적거리다 우연히 ‘장석주’ 작가를 알게 되었다. 꽤 유명하신 분인데 난 이제야 알게 되었다. 시인이시라는데 시집 외의 유명한 책들이 많아 우선 도서관으로 쪼르르 달려가 제일 새 책처럼 보이는 것들로 몇 권 빌려 왔다. 그 중 제목부터 끌렸던 이 책은 소제목처럼 세계 유명작가들의 글귀와 저자의 입담들로 담겨 있다. 그리고 간간히 송영방님의 그림들이 더해져 있는데 사실 조금 조잡해 보인다고 할까 성의 없어 보인다고 할까 아무튼 내 취향이랑 동떨어져 그런지 책 읽다 좀 몰입도가 떨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처음 소개되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의 첫 구절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여기로 몰려드는데, 나는 오히려 사람들이 여기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릴케가 조각가 로댕의 글을 써달라는 청탁으로 파리로 와서 본 것은 바로 죽음이었던 것이다.

 

 

 저자가 젊은 시절 필사했다던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들은 ‘우리 내면에 얼어붙은 바다의 얼음을 깨는 한 자루의 도끼’와 같다고 저자는 카프카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나도 ‘시골의사’와 ‘변신’은 인터파크 위시리스트에 넣어놓긴 했는데 읽어봐야겠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날 밤 저자가 다시 읽었다는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열 달간의 체험을 세세하게 기록한 책이라고 한다. 생존의 극한 지경에 이르면 우리 안의 잠재된 생물학적 본질들이 튀어나온다는 사실을 극명히 보여준다 한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 경험을 하고 살아남은 프리모는 자택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하니 뭔가 아이러니하다.

 

 

 노자는 춘추전국시대 중엽 주나라의 국립도서관에서 관리로 일하다 어느 날 모든 걸 버리고 완벽하게 은둔하며 살았다고 한다. 저자 또한 마흔 너머 거처를 시골로 옮기고 본격적으로 ‘도덕경’을 읽었다 한다. 모란꽃이 피어 기쁜 날에도 이 책을 읽고 푸른 이내가 내려오는 저녁에도 이 책을 읽어, ‘찬합 구석을 이쑤시개로 후비듯’ 자세히 읽었다라고 하는 구절에서 좀 뜨악했다. 이나미 리츠코의 ‘중국의 은자들’이란 책에서 이 문구를 가져왔다는데 사실 이런 일본식 표현은 전혀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을 거론하며 저자는 세상에서 책, 음악, 걷는 일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걸을 때 주의력이 집중되고 생각과 느낌과 심상은 투명해지니 어린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없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나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을 읽고 걷기를 즐기려하고 있다. 모든 문제를 벗어 던지고 오직 눈에 보이는 것들만 즐기면 되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해지는 일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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