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꽃으로 유안진 | 문예중앙 | 20130131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상처를 꽃으로
저자: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로 유명하신 분이시지만 사실 이분 시집이나 책을 사서 읽어 본적은 없다. 이 수필집을 통해 시인과 시에 관해 더 많은 생각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분의 연령대를 보면 우리 친정엄마 나이뻘 되시는 것 같은데, 시인이라 그런지 역시 감성적이시다. 아파트 베란다를 뚫고 들어온 모과나무 가지에 관한 글을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과나무가 앞 동의 같은 층을 가로막아 커튼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숲 속 별장에 호젓이 사는 기분을 선사한다고 한다. 또한 사철 내내 이름 모를 새들이 찾아와 지저귀고 눈이라도 쌓이면 겨울 산장의 운치를 선물해 준다고 한다.
현재 내가 사는 13층 아파트에서는 앙상한 가지를 벌린 나무들이 눈 아래 존재할 뿐인데 저자가 말한 그 베란다는 정말이지 숲 속을 연상시키니 부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정원사들이 가지를 싹둑 다 잘라버렸다 하니 그렇게 화가 나기도 할 것 같다.
저자는 어린 시절 잠 못 이루는 밤, 십리 밖 예배당의 종소리는 댓돌을 스치는 나뭇잎 소리나 눈발에 묻어온다고, 절간의 종소리는 지면을 타고 산을 타고 올랐다 내려와서는 들길을 걸어서 온다고 했다. 그런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잠이 아무리 쏟아져도 감상에 빠지지 않고는 못 배기지 싶다.
중학교 시절에는 책방에서 책을 빌려다 읽었는데 어느 날 창호지로 표지가 싸져있고 앞 몇 페이지와 목차가 사라지고 없는 ‘소월시초’를 몇 번이나 거듭 읽으며 눈물을 흘렀다했다. 책이 귀한 시절에 힘겹게 빌려보는 책의 맛이 어린 소녀의 감성을 더욱 자극시켰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집에 읽을 만한 책이 없어 언제나 친구에게 빌리거나 한권에 500원 하던 헌책을 가끔 사다 읽곤 했다. 맘에 드는 책이라도 입수하면 친척집이나 할머니 집에 갈 때도 항상 들고 다니곤 했던 기억이 되살아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시인은 이 책을 통해 요즘 시에 관한 사람들의 태도에 조금 서운한 마음을 비추고 있다. 서점에 가도 시 코너가 따로 없을뿐더러 사람들이 더 이상 시집을 사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대학 다니던 시절만 해도 나도 가끔 시집을 사곤 했는데 요즘은 사실 관심조차도 두지 않았다. 빨리빨리의 신화로 돌아가는 요즘 사회에서, 책들도 온갖 종류의 것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다. 읽을거리가 넘쳐나는데 시는 몇 번의 음미의 단계를 거쳐 읽어야 하니 쉬이 손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상에 대한 시인의 통탄을 듣다보니 나도 맘이 좀 찔리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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