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페달을 밟고 최영미 | 창비(창작과비평사) | 19980510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내 생애 최고의 시집으로 단연 손꼽을 수 있는 책이다.
내 20대 인생에 많은 위로와 재미를 주기도 했다.
최영미 시인의 언어들은 어쩜 좀 과격하고 거친 이미지가 있다.
사회에 불만이 있는 아이같기도 하고 눈물 많은 소녀 같기도 하고
사랑에 빠진 여인 같기도 하다.
난 그렇게 다양한 그녀의 하소연들이 내 얘기같아 공감을 많이 하기도 했다.
밭고랑에 처박힌 달 그림자에 취해
오랜 변비 끝에 시가 나오던 밤은
게으르게 누워 있던 상념의 뒤엉킨 가지들이
바람에 일어나 날을 세운다
벨 것은 자기밖에 없으면서......
(시와 똥)
우리가 변화시킨 세상이, 세상이 변화시킨 우리를 비웃고
총천연색으로 시위하는 네온사인 불빛들이 멀리 하늘의 별을 비웃고
딸꾹질하듯 저녁해 어이없이 넘어가는데
지난날의 들뜬 노래와 비명을 매장한 뒷골목을 순례하며
두리번거린다.
조각난 상념들을 꿰맞추며 두리번거린다
아, 차라리, 온전히 미치기라도 했으면......
읽고 싶지 않은 이 세세을 웃어, 넘기라도 할 텐데
이해받지 못한 가을이 저 혼자 깊어가고
아무에게도 향하지 않는 시가 완성되었다
(불면의 일기)
너무 심심해서
그리고가 그러나에게 시비를 걸었다
...........
싸우기가 귀찮아
말줄임표로 숨은 너, 너희들을 찾아서
오월의 빛과 시월의 바람 사이에 태어난 사생아 같은 언어들
까르르, 백지에 알을 깐다
(내 시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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