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서평

바람과 이슬로 몸과 마음을 씻고

바라이로 2013. 12. 23. 16:28
바람과 이슬로 몸과 마음을 씻고 바람과 이슬로 몸과 마음을 씻고
박진욱 | 알마 | 201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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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이슬로 몸과 마음을 씻고

저자 :박진욱

 

 

 저자는 국어교사를 하다 귀농해 농사를 짓다 지금은 중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여행 중이라고 한다. 이번 남해 유랑기는 류의양(1718-?)의 ‘남해견문록’에 적힌 흔적과 현존하는 여러 유적을 찾아다니는 여행이라 할 수 있는데, 작년 여름 다시 사진을 찍었다는 걸로 봐 원래 책 내용은 그 전에 나온 듯하다.

 유배라고 하면 사실 왕이 내린 벌이라 할 수 있는데 현대의 나에겐 그리 나쁜 어감으로 와 닿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일단 유배지는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외진 시골이라 일단 경치는 좋을 것이란 예감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당시야 뭐 어딜 가든 풍광이 아름다웠을 시대니 그런 걸 만끽할 기분은 고사하고 오히려 소외감과 패배감이 먼저 들었을 것이다.

 

 

 저자는 일단 순함과 격함을 동시에 지닌 노량나루를 건너는 것으로 남해섬 일주를 시작한다. 처음엔 무작정 걷기로 시작했으나 샌들의 접착제가 떨어진 데다 무더위에 지쳐버린 탓에 자전거로 돌아보게 된다.

 충렬사의 영검함은 이 지역 주민들조차도 삭정이 하나 손대지 않을 만큼 성스럽게 여기는데, 일제시대 때는 부임해온 일본 순사가 1년을 못 버티고 무서워 나갔다고 한다. 근데 1971년 남해대교 건설 때도 일본기술자들이 여기 근처는 얼씬도 못한 채 숙식을 여수로 정했다고 한다. 정말이지 이순신의 혼이 이 지역을 아직까지 지켜주고 계신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왜적이 침입이 잦았던 탓인지 지금까지 여러 산성들이 남아있는데, 저자가 본 것만 대국산성, 임진산성, 고진산성, 비란산성, 남해읍성, 고현산성 등이고 그 밖에도 몇 더 있다고 한다. 사진으로 봐도 마치 그 시절 주민들의 설움이 그대로 돌이끼와 검은 그림자로 내려앉은 듯하다.

 선소에는 장량상의 동정마애비가 있어 중국의 진린이 조선을 도와 왜적을 물리쳤다는 기록이 비석에 새겨진 것을 볼 수 있다. 저자는 이때부터 일본이 동아시아의 공공의 적이었다고 적고 있다.

 

 서포 김만중이 귀양 왔다 ‘구운몽’을 썼다는 노도에는 유배 초당이 복원되어져 있는데 옆에는 우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노도에서 바라보는 바다에는 김만중이 글로도 남긴 작은 섬들이 보이는데 하늘과의 경계선처럼 이어져 있다.

 미조항은 사진으로 보기엔 아담하니 소박한 분위기인데 저자는 러브호텔과 항구가 부조화를 이룬다고 한다.

 우리에게 독일마을로 유명한 물건이란 곳에는 1만여 그루의 나무가 해안선을 따라 초승달 모양으로 심어져 있다. 이곳이 바로 파도와 해일을 막아준다는 어부방조림이다. 독일마을에서 내려다본 방조림도 사진도 멋있지만 그 숲 속은 온통 초록으로 환상의 나라로 이어질 것 같다.

 창서면 대벽리의 왕후박나무는 나이가 무려 500살이나 된다는데 그 숫자만큼이나 풍채도 큰 나무다. 위로 뻗은 게 아니라 옆으로 가지를 뻗쳐 나간 게 사진 상이지만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단항에서 삼천포로 가는 것으로 여행을 끝맺는다.

 

 여름 땡볕에 자전거로 다니며 더위를 먹기도 하고 시골이다 보니 식당이 없어 끼니를 제때 챙겨먹지도 못하기도 하고 잠자리도 많이 불편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구경하며 선조들의 발자취를 밟아보는 것도 뿌듯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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