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을 맨발로 걸어간 자 정도전. 여기서의 천황은 天皇이 아닌 天荒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그는 대단한 혁명가이다.
사실 역사책에서 알고 있던 그에 대한 이미지는 약간 삐뚤어졌지만 하고 싶은 말은 다하는 약간 고집쟁이, 요즘 시대라면 안티가 많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난 뒤 그의 이미지는 바뀌었다. 바른말은 하고 마는, 어찌 보면 시대를 잘못 만난 천재가 아닐까 한다. 그가 이성계를 찾아가 새 왕조를 도모하며 주장하는 대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왕이 중심이 아닌 백성을 위한 정치, 왕의 독단 의견대로 돌아가는 게 아닌 재상중심의 정치를 그는 얘기한다. 고방에 먹을 것이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족해야 영욕을 알게 된다고, 그래서 퇴폐한 불교는 철저히 배격하고 성리학을 국가이념으로 삼아야 한다고도 했다. 사실 고려 말 당시 불교가 최고의 이념으로 자리매김할 때인데 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그의 용기가 돋보인다.
이성계가 왕위에 올랐을 때 그는 ‘물이 맑으면 고기가 모이지 않고 사람이 너무 밝고 맑으면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없다’고 국정을 살피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고사들을 들려준다.
어찌 보면 이성계 자신의 힘으로 조선을 건국했다기보다 그 주변의 인물들 정도전이나 조준, 이방원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한 게 아닌가도 싶다.
책 앞페이지에 자그마하게 이 책은 소설로 역사를 재구성했다고 친절히 저자가 밝혀두는데 사실 읽다보면 거의 백퍼센트 실화처럼 느껴진다. 내가 알고 있는 짧은 역사지식으로 보면 거의 사실에 가까운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모함하고 귀양 보내거나 하는 내용들이 반복되다보니 조금 지루한감도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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