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진 1 + 2 패키지 세트 신경숙 | 문학동네 | 20070530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신경숙의 외딴방과 부석사를 감명 깊게 읽은 나로서 이번 리진은 색다른 느낌으로 와닿았다.
신경숙에 대한 나의 느낌은 언제나, 여성스러우면서도 부드러운 문체가 이끄는 대로 그냥 소설 속에 푹 빠지기만 하면 되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잔잔한 감동이 끊임없이 파도를 치곤 했다.
하지만 리진은 그런 느낌보다는 간질거리는 닭살 돋는 문체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로맨스와 역사 소설이 합해지면서, 실제 이런 인물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으로 만들어진 주인공 리진의 독특한 설정이나 여러 역사적 사건들이 구석구석 등장하기도 하니 스토리의 재미는 중급이상은 될 것이다.
문제는 리진과 콜랭의 어색한 대화체와 사랑에 눈 먼 콜랭의 느글거리는 애정표현들이 눈에 많이 거슬렸다는 것이다.
백단향이 난다는 리진의 머리를 어루만지거나 냄새를 맡거나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장면 등등이 나에게 왜 이리도 거부반응이 이는지.
또한 어린 시절부터 남매처럼 자라온 강연과 프랑스 공사관의 콜랭, 거기다 조선에서 프랑스로 유학을 온 홍종우까지 리진이라는 한 여자에게 매달리는 설정이 드라마의 애정 관계도 같았다.
리진을 연모하다 결국엔 거절당한 홍종우가 궁녀의 본분을 잊은 리진에 대한 상소문을 올리고 강연의 손가락을 자르는 벌을 받게 만드는 등, 리진에 대한 복수극 또한 좀 이해가 가질 않았다. 프랑스에서도 조선의 옷을 벗지 않고 당당하던 충절의 표상이던 그가 한 행동이라니 매치가 되지 않았다.
작가노트에서 신경숙은 ‘격렬한 서사의 숨을 죽이려고 노력하며 활극이나 신파나 인간승리의 작품이 되는 것을 저어했다’고 했지만, 역사적 사건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주인공의 이야기는 신파로 흐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막 써진 건 아니라고 본다.
참고 문헌이 두 페이지에 빼곡히 나와 있을 정도로, 소설 속의 춘앵무를 추는 모습이라든가, 서민들이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는 지라든가(그 당시 굶주림도 심했을 것 같은데 여기선 다들 밥걱정 없는 삶으로 묘사되고 있다), 당시 프랑스 사람들의 모습(아프리카 원주민 마을을 통째 옮겨 놓고 그걸 구경하는 모습이나 시체를 구경하는 일 등) 같은 게 볼만한 거리로 등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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