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양장) 김경미, 루시 모드 몽고메리(Lusy Maud Montgomery), 조디 리 | 시공주니어 | 20020201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앤하면 떠오르는 것이 두 갈래로 땋은 ‘빨간 머리’ 외에 참새처럼 재잘대는 ‘수다쟁이’일 것이다.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을 봐도 앤의 대사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인물들은 앤의 얘기를 듣다 어느새 빠져들어 귀를 쫑긋하거나 입가에 미소를 떠올린다. 앤의 수다는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
먼저 앤이 처음 매슈에게 말을 거는 장면에서 보면 유난히 낭랑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를 가졌다고 했다. 소프라노음 같은 고음이거나 아님 묵직한 저음이 옆에서 그렇게 떠들어댄다면 묵묵히 듣기만 하던 매슈라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캐나다 CBS에서 만든 드라마 속의 앤도 화낼 때와 감탄할 때의 억양에 변화가 없어 그런지 그리 유쾌하게 들리진 않는다. 애니메이션의 한국어판과 일본어판의 성우들 목소리가 바로 몽고메리가 그린 앤의 목소리에 제일 적합하지 않을까싶다.
그리고 앤의 수다에는 다양한 화젯거리가 존재한다. 남의 험담만 늘어놓거나 비관적인 푸념만을 늘어놓는다면 그도 재미있게 듣고만 있기 힘들 것이다. 제일 주를 이루는 화제는 자연에 대한 감탄과 더불어 천진난만하면서 재미있는 상상들, 그 뒤에 이어지는 엉뚱한 질문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신변에 관한 얘기들, 책이나 공부 얘기들이다.
앤이 혼자서 교회를 간 날, 주일 학교 수업 중에 다른 아이들이 찬미가를 암송하고 선생님이 앤에게 그걸 아냐고 물어본다. 그랬더니 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찬미가는 모르지만 선생님이 원하시면 ‘주인 무덤가의 개’(앤이 다녔던 학교 3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시)를 암송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에 주일학교 선생님은 괜찮다며 거절을 하고, 다음 주까지 찬미가 구절을 외워올 것을 지시한다. 갑작스런 앤의 발언에 선생님은 약간 당황했겠지만 속으로는 환한 미소를 짓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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