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고슴도치의 우아함

바라이로 2015. 4. 5. 00:10
고슴도치의 우아함 (양장)  고슴도치의 우아함 (양장)
null | 아르테 | 20070830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사람들이 수위 아줌마라는 범주로 고착시킨 사회적 믿음에 부합하는 주인공 르네와 잠정적 부자이면서 별나게 똑똑한 12살 소녀 팔로마,

그리고 이들과 영혼의 끌림을 받은 일본인 부자 오주의 이야기에요.

 

책의 초반에는 사실 관념론이니 현상학이니 하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와

책 선택 잘못했나하는 생각이 잠깐 들게 만들기도 하지만

중간부로 들어가며 저절로 웃음보가 터지게 만드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어요.

 

특히 재미있었던 내용은 이것인데요.

르네가 오주의 초대를 받고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녀는 '방광의 자율성 감퇴'때문에

어떻게 말을 꺼낼까를 고민하는 장면이 있어요.

'변소가 어디에요?' '그곳이 어디인지 가르쳐주실 수 있으세요?'

'제가 오줌이 마려운데요' '뒷간은 어디 있나요'를

두고 고민하다 퉁명스럽게 내뱉어 버린 한마디

'실례지만 속을 편히 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나요?'

 

그리고 그녀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나서 수세장치의 버튼을 어떤 걸로 누를까 고민하다 연꽃2개무늬를 누르고 나서 엉청난 모차르트의 레퀴엠에 천장이 무너지는 게 아닌가 놀라는 장면이 있는데요.

너무 당황하고 놀란 나머지 화장실 문도 제대로 못 열어 오주씨가 화장실앞까지 와서 문여는 방법을 알려주죠.

그리고 오주씨게 내뱉은 말은

"제가....제가...그러니까...당신은 레퀴엠을 아세요?"

이렇게 섬세하게 웃음보를 안겨주는 문장들은 아마도 주인공들처럼 작가 자신도 일본의 영화와 만화 같은 문화에 빠져 있는 게 아닐까싶어요.

 

이 책의 제목인 고슴도치는 본문에 나오듯 르네를 두고 하는 표현인데요.

그녀는 가시로 뒤덮인 철옹성 같지만 속은 고슴도치들처럼 꾸밈없는 세련됨을

지니고 있다라고 하네요.

사람은 정말이지 겉모습으로 다 판단해선 안된다는 간단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하지만

책의 내용을 읽다보면 인간들의 삶이란 수많은 절망과 또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이 함께 한다는 거죠.

그래서 이 책의 말미에 보면 '다시는 속의 언제나'라는 문구가 반복되고 있기도 해요.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