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 웅진지식하우스 | 19951215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박완서님의 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란 소설의 제목은 많이 접했지만 아직 읽어보지 않아 언제 읽을까 벼르다 며칠 전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역시 유명하신 분의 작품이다 보니 한번 읽기 시작했더니 나도 모르게 몰입이 돼 버렸다.
사실 난 이 책 안에서 ‘싱아’란 단어를 보기 전까지 제목을 ‘그 많던 상어는 누가 다 먹었을까’로 알고 어디 어촌의 어부 이야기가 펼쳐지려나 했으니 참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싶다.
그리고 바로 든 의문점은 ‘싱아’가 뭐지?란 것이었는데 친절하게도 책 뒷표지에 설명과 그림까지 나와 있다.
싱아란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1미터 정도로 줄기가 곧고 6~8월에 흰꽃이 핀다. 산기슭에서 흔히 자라고 어린잎과 줄기를 생으로 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나 예전 시골 아이들이 즐겨 먹었다고 한다.
박완서님이 1931년에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6.25를 경험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는데 진갑인 62세에 썼음에도 불구하고 문장들이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아 뭔가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을 바로 보기처럼 용기를 요하는 일은 없었고, 내가 생겨나고 영향 받은 피붙이들에 대한 애틋함도 여간 고통스럽지가 않았다’라고 쓰고 있다.
사실 어디까지나 이 작품은 소설임에 약간의 미화나 꾸밈이 아주 없다고 보진 않지만 이렇게 자신의 속을 까집어 드러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일제시대 때 먼 친척이 좀 높은 관직에 있어 그 영향으로 큰숙부가 노무부장까지 했다는 얘기나 오빠가 무기 만들던 와타나베 철공소에서 일했다는 얘기, 그리고 어설프게 공산주의로 몰린 얘기까지 이런 걸 다 공개하기란 큰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과거의 아픔들을 다시 되짚어 봐야한다는 것도 여간 고통이 따르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작가의 자화상을 그린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이나 신경숙의 ‘외딴방’과는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안겨준 이 작품으로 나의 과거의 몇 장면들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엄마가 남들 앞에서 ‘얘는 머리는 정말 나쁜데 노력해서 이 정도 성적을 내는 거다’란 엄마의 잣대로 날 평가할 때 자존심이 무너짐과 동시에 엄마를 원망했던 일, 존재감 없던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 앞으로 미국산 커피선물 심부름 보낼 때 얼마나 부아가 나던지 등 저자와 비슷한 감정들을 경험했던 일이 신기하기도 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