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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바라이로 2014. 11. 25. 00:04
사랑을 믿다 - 2008년 제3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사랑을 믿다 - 2008년 제3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권여선 | 문학사상사 | 200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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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은 사실 생소했지만 이 작품을 읽고 왜 그녀를 이렇게 늦게야 만났나하는 후회와 미안함이 들었다.

‘사랑을 믿다’란 제목처럼 이 이야기 속에는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사랑과 실연이란 단순명료한 이 소재는 사실 시시해지기 쉽다. 누구나가 흔하게 경험하고 다 안다고 생각하는 한편 답을 찾기도 힘들다.

하지만 그녀가 제시하는 실연의 후속책은 보잘것없음에 눈 돌리라는 것이다.

친척집에 심부름을 간다든가, 업무 파트너의 경조사를 챙긴다든가 하는 것들을 받아들이라고 했다.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린가 하는 의아함만 더해갈 것이다.

 

소설 속의 그녀는 실연을 당한 뒤, 언젠가 자신이 유산 받게 될지 모르는 삼층짜리 건물을 소유한 고모님댁을 방문한다.

하지만 거기서 그녀는 고모님댁을 철학관으로 잘못알고 찾아온 여인들을 만나 삶에 찌들고 고통에 찌든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듯한 아픈 사연들을 접한다. 그리고 건물 계단을 내려오면서 그녀는 타인을 위해 절박한 기도를 하게 되고 자신은 실연의고통을 잊은 듯했다고 한다.

 

그리고 몇 년 뒤 그녀는 건물을 상속받았다. 그런 그녀를 실연에 빠트린 장본인이 바로 자신임을 뒤늦게 깨달은 ‘나’는 기차간 같은 술집에서 그녀와 폭탄주를 마신다. 최근에 실연을 한 ‘나’는 오랜만에 만난 그녀의 사연을 들으며 그 3층짜리 건물이 자신의 것이 될 수도 있었겠단 후회 같은 걸 하며 실연의 고통이 무뎌지는 걸 느낀다.

 

실연을 당한 쪽에서 보면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은 보잘것없는 것이고, 따라서 하찮고 보잘것없는 사소한 일들을 겪으며 잊혀 가는 것이다.

그 보잘것없는 일이 떡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혼자서 김칫국을 마시는 일이라 할지라도 어느 순간 위로가 되기도 한다.

사랑과 실연만 생각하고 살기에 내 주위에는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이 글을 보며, 잔잔한 웃음을 자아내며 찬물처럼 시린 진리를 알려주는 작가의 재치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아마도 그런 실연이란 걸 다 지나쳐온 이들의 여유에서 오는 공감을 느낄 수 있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또한 ‘동네에 단골 술집이 생겼다는 건 기억에 대해서는 한없는 축복이지만 청춘에 대해서는 만종과 같다’에서 처럼 청춘에 대한 아쉬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