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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

바라이로 2014. 9. 27. 22:25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김영하(Young Ha Kim) | 문학동네 | 201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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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

김영하란 작가는 사실 이번 작품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제목도 그랬지만 첫 페이지부터가 뭔가 모르게 특이하단 인상이 풍겼다. 게다가 작가 자신이 등장인물로 나오기도 하고 실제 작품이 거론되기도 하니, 기존의 소설이랑은 주제도 구성도 확실히 획기적이다.

또한 작가는 여성의 구어체를 참 잘 살리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구어체를 글로 쓰다 보면 특히 문장의 끝맺음이 애매할 때가 많은데, ~어요, ~거죠, ~군요, ~습니다 등을 자연스럽게 잘 섞어 쓰고 있어 소리 내어 읽어봐도 술술 읽히기도 한다.

주인공 여인의 편지 내용을 읽다 문득 떠오른 인물이 있다. 바로 얼마 전 끝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이다. 여기 등장하는 남편처럼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늙지도 죽지도 않으며 몇 백 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박식한데다 세상에 통달한 듯 한 느낌까지 풍긴다는 점에서 둘은 너무나도 닮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여인들이 드라마 속의 김수현을 사모하며 그렇게 맘 설레 한 것에 반해 그녀는 이혼을 원하고 있다.

김수현과 여기 등장하는 남편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보다 남편에게 비밀이 많다는 점이다.

아내에게 속 시원히 말을 안하니 서재에 자신의 비밀 이야기들을 꼭꼭 숨겨놓고 아내가 가까이 오기라도 할라치면 소리나 질러대는 것이다. 게다가 신혼인데 부부생활은 관심 없다 그러지, 아이는 안 낳겠다 그러지, 밥상 차려주면 깨작거리기나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사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는 점도 큰 몫을 차지하리라 본다.

지겹고 재미없는 영화나 보며 죽음과 삶의 허무를 찬미하는 그런 사람에게서 함께 귤 까서 입에 넣어주고 놀이동산 가서 추억을 남기는 재미를 찾긴 힘들긴 할 것 같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