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르수 우잘라 김욱, 블라디미르 클라우디에비치 아르세니에프 | 갈라파고스 | 20051121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요즘 인터넷 서점에선 광고용인지 실제 베스트셀러인지 알 수 없는 책들을 메인화면에 띄워놓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살면서 꼭 읽어봐야 할 책들을 못 찾고 지내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건 얼마 전 읽은 ‘걷기예찬’이란 책에서였다.
[조그만 흔적 한 가지만 보고도 사람이나 짐승이 지나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아직 잘 느껴지지도 않는 기미만으로도 해가 나고 소나기가 밀려오고 눈이 내린다는 것을 분명히 짚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데르수 우잘라를 설명하고 있다.
러시아 극동 탐험가 아르세니에프가 1907년 시호테 알린 산맥 주위를 탐사할 때 길안내를 맡은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나나이족의 데르수 우잘라이다.
남들은 그를 야만인이라고 불렀지만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그가 진정한 신사임을 알게 될 것이다.
사냥한 고기를 야영하는 병사들 뿐 아니라 주위 사는 주민들에게도 나눠주고, 물고기들이나 동물들과도 대화를 하고, 하늘과 바람으로 날씨를 예측하기도 한다. 또한 그는 발자국만 보고도 어느 민족인지, 어떤 신발을 신었는지, 심지어 젊은지 늙었는지도 알아내는데 셜록 홈즈보다 더 예리한 추리를 해내기도 한다.
이주해오는 중국인들의 괴롭힘과 조선인들의 약탈과 착취를 비롯해 황폐해져가는 원시림을 걱정하기도 한다.
서툰 러시아어로 나이가 58개라고 말하던 그는, 우리가 아는 58세의 평범한 아저씨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순수 그 자체이다.
눈이 나빠져 사냥감이 옆에 있어도 보지 못하게 되자 우울해 하는 그에게 정말이지 안경이라도 하나 해주고 싶은 심정이 든다.
모든 자연을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물범이 사람들 머릿수를 세고 있다며 총을 쏴 놀라게 하는 장면에서 저자는 사냥꾼으로서 데르수가 지켜야할 자존심이라 했다.
일정을 다 마치고 저자는 데르수가 늙고 눈도 나쁘니 자기 집으로 가서 살자며 러시아 도시로 데려가 얼마간을 보낸다. 천지가 나무와 강으로 둘러싸인 숲에서 살던 그에게, 장작이나 물을 사용하려면 돈을 내야 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으리라.
도시의 답답한 생활을 참지 못한 그는 그냥 숲으로 혼자 떠나던 길에 강도를 만나 무참히 죽임을 당하게 된다.
저자는 자기 잘못이라며 오열을 하는데 책을 읽던 나까지도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현재 그의 묘지는 남아 있지 않지만, 러시아 시호테 알린 산맥 근처 그 어딘가에 그의 자취가 남아 있지 않을까.
실뱅 테송의 ‘시베리아 숲에서’란 책을 읽고는 바이칼호수와 시베리아에 대한 환상이 생겼는데 이번 ‘데르수 우잘라’를 읽고는 러시아의 강과 숲에 대한 환상이 생겼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들의 흔적을 찾아 가보고 싶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