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도시와 나

바라이로 2014. 1. 8. 21:52
도시와 나 도시와 나
정미경, 함정임, 성석제, 백영옥, 서진, 윤고은, 한은형 | 바람(왕의서재) | 20131223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이 책을 처음 받아든 날은 일요일에 거기다 눈까지 내리던 날이었다.

그런 날 이 책을 받고 너무 기뻤다. 하늘색의 표지에 귀여운 여자아이가 두 팔을 뻗고 있는 그림도 예뻤고 거기다 생각지도 않은 예쁜 노트까지 들어있어 더 맘에 들었다.

프랑스, 미국, 일본, 스페인 등지를 배경으로 하는 단편소설의 모음집이라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모아놓은 소설은 처음 접하는 것 같다.

하지만 처음 나오는 ‘사냥꾼의 지도’외에는 외국의 특이한 배경지라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사냥꾼의 지도’는 마치 주인공이 여행일기를 쓰듯 자세히 그날의 일정이 그려져 있다. 주인공은 프랑스 아비뇽을 자전거로 여행하기 위해 무인 자전거 대여소에서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아 끙끙되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프랑스인들의 특유의 그 ‘똘레랑스(관용)’ 때문이라고 했다. 근데 난 이것이 픽션이 아닌 실제처럼 느껴져 이 나라 사람들은 참 냉정하단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소설에서 폭소를 터트린 부분이 있다. 주인공이 여름 땡볕에서 구글 지도만 믿고 자전거로 어느 다리 앞에 이르렀을 때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한다.

‘이 다리는 노후화로 인해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통행을 금지하며 통행시에는 패가망신할 정도의 과태료를 부과할 것임’

역시 번역기에 돌린 듯 한 문장들은 이런 유머를 안겨주기도 하나보다.

‘애인의 애인에게 들은 말’에서 여주인공은 지하철에서 어떤 남자가 [순수 박물관]이란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 남자는 애인이 있고 나중에 그들이 동거하는 집에 서블렛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게 되어 그곳에서 며칠을 보낸다는 이야기다. 소설 맨 뒤에 보면 편집자의 질문과 작가의 대답이 묶여 있는 부분이 있다. 거기서 편집자는 작가에게 지하철에서 그런 남자를 본적이 있냐고 하니 작가는 없어서 그냥 한번 상상해 봤다고 한다. 이런 장면 상상하니 왠지 나도 모르게 마음이 쿵쾅거린다. 또한 오르한 파묵의 [순수 박물관]이란 책에 관심이 간다. 여기서 처음 들어본 작간데 2006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꽤나 유명한 분인가 보다.

그 외 ‘장마’나 ‘콜럼버스의 뼈’에서는 각각 어머니와 아버지를 찾아 낯선 외국 땅을 찾았다는 스토리가 왠지 겹쳐진 듯하다. 물론 일본과 스페인이란 지역의 큰 차는 있긴 하지만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이들이 그 외로움의 무언가를 찾아왔다는 음울한 느낌이 왠지 닮아 있다.

단편이 다 그렇듯 읽다보니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이야기의 흐름이 짧아서일까 뭔가 짜릿하게 남아있는 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오랜만에 이렇게 예쁜 책을 보니 맘이 뿌듯해지는 이 느낌은 뭘까. 소파 위나 화장대 위에 놓인 이 책을 볼 때마다 맘이 푸근해진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